감각과 지각에 대해 공부하면서 우리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주변 대상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것이 우리가 감각을 느끼고 지각하는 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셨을 겁니다. 그 대상의 정체만큼이나 그것이 어느 쪽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위치하는지 아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의 시각체계가 깊이와 거리를 지각하는 데 사용되는 단서에는 양안단서와 단안단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양안단서와 단안단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 양안단서 (binocular cues)
양안단서는 우리의 두 눈이 약간의 수평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단서입니다. 양안단서는 다시 양안부등과 수렴으로 나뉘는데, 양안부등(binocular disparity) 은 약 300m 전방에 위치한 대상의 깊이 지각에도 유효한 반면, 수렴(convergence) 은 멀어야 3m 전방에 위치한 깊이 지각에만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양안부등 (binocular disparity)
두 눈 사이에는 약 6.3cm 정도의 수평 간격이으로 인해 각 눈에 맺히는 상(image)이 약간씩 달라지는 것을 양안부등 혹은 망막부등이라고 합니다. 양안부등을 경험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쪽 눈을 감은 상태에서 왼쪽 손가락 하나를 코 앞 20cm에, 오른쪽 손가락 하나를 코 앞 30cm에 두고서 두 손가락 사이의 간격을 가늠해 봅니다. 뜬 눈을 바꾸어 그 간격을 다시 가늠해 보면, 뜬 눈에 따라 손가락 사이의 간격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양안부등이라고 합니다.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 양안부등의 정도가 작다고 판단되면 우리의 뇌는 두 눈의 상을 하나로 융합시키고, 물체의 깊이를 계산하는 데 양안부등을 이용합니다. 양안부등을 깊이지각에 이용하는 과정 또는 능력을 입체시(stereopsis)라고 합니다. 안경을 끼고 보는 입체영화와 한 때 인기를 끌었던 매직아이가 입체시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 상품들입니다. 반면 양안부등이 너무 커서 두 개의 상을 하나로 융합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우리의 뇌는 두 눈에 맺힌 상을 각각 다른 물체라고 취급합니다.
- 수렴 (convergence)
또 다른 양안단서인 수렴은 망막에 맺히는 물체의 상이 아닌 안구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안근(eye muscles)에 가해지는 응력(tension)으로부터 생성됩니다. 안근에 가해지는 응력은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물체의 거리에 따라 규칙적으로 달라집니다. 먼 곳의 정면을 응시하고 있을 때는 두 눈의 시선이 평행을 이루기 때문에 두 눈의 자세는 정면을 향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물체에 시선을 집중하면 안구는 정면에서 코 쪽으로 기울어져야 합니다. 물체가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안구가 코 쪽으로 기울어지는 정도는 커지는데, 이것은 다시 말해 수렴의 정도가 커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구의 수렴은 안근에 가해지는 응력에 의해 일어나고, 수렴 정도는 응시 대상까지의 거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의 시각체계는 안근에 가해지는 응력을 단서로 응시 대상까지의 거리를 계산, 즉 지각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2 ) 단안단서 (monocular cues)
단안단서는 한 눈만으로 이용 가능한 단서를 말합니다. 양안단서는 두 가지인 데 반해, 단안단서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이들 중 화가들이 그림에 원근감을 주기 위해 이용하는 것들을 그림단서(pictorial cues)라고도 합니다. 단안단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래에서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 결 변화도 (texture gradient)
결 변화도는 그림단서 이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카메라에서 가까운 곳의 나무는 크게 보이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나무의 크기는 작아집니다. 이처럼 시야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거리에 따라 그 굵기가 굵은 상태에서 작은 상태로 변합니다. 우리의 시각체계는 그 대상들까지의 거리에 따라 표면의 결이 규칙적으로 변하는 원리를 거리 지각의 단서로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선형원근 (linear perspective)
쭉 뻗은 길 위의 한쪽에 서서 다른 쪽을 바라보면 가까운 쪽의 폭은 넓게 보이고, 먼 쪽의 폭은 좁게 보입니다. 눈앞에서 평행으로 멀어져 가는 두 선분이 망막에 투사되면,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두 선분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는 원리가 투사된 현상입니다. 이 원리를 선형원근이라고 합니다.
- 공중원근 (aerial perspective)
위와 같은 사진에서 멀리 위치한 산일수록 그 모습은 더욱 흐리게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권을 구성하는 작은 입자들이 햇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입자의 분포가 동일하더라도 거리가 멀수록 빛이 산란되는 정도가 체계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이 현상 역시 거리지각의 단서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이 단서가 공중원근입니다.
- 중첩 (interposition)
중첩이란, 한 물체가 다른 물체보다 가까이 위치힐 때 가까운 물체가 멀리 있는 물체의 일부를 가리게 되는 현상으로 거리지각에 이용되는 단서 중 하나입니다.
- 상대적 밝기(relative brightness)와 상대적 높낮이(relative hight)
그림에서 한 물체를 밝게, 다른 한 물체는 어둡게 칠하면 두 물체까지의 거리가 달라보이는데, 이를 통해 상대적 밝기가 깊이단서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대상을 그림의 지평선이나 수평선으로부터 멀리 혹은 가까이 위치시킴으로써 대상까지의 거리를 달리 보이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대상의 상대적 높낮이가 깊이단서로 이용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예입니다.
- 조절 (accommodation)
조절은 단안단서 중 그림단서가 아닌 예입니다. 조절이란 앞서 우리의 눈의 구조물 중 모양근의 수축과 이완을 통한 수정체의 두께 변화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참고 포스팅 : [심리학 기초] 12_감각 (sensation) : 시각 / 빛과 눈의 구조
응시대상까지의 모양근에 가해지는 응력이 달라지면서 수정체의 두께 변화가 일어나는 이 관계도 거리지각의 단서로 이용됩니다.
- 움직임 시차 (motion parallax)
움직임 시차는 우리가 머리의 위치를 이동할 때 생성되는 단서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타고 있는 기차가 움직이면 우리의 망막에 투사된 상도 움직이게 됩니다. 이 상이 움직이는 속도와 방향은 우리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물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응시점보다 가까이 있는 물체의 상과 그보다 멀리 있는 물체의 상은 망막 위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응시점보다 멀리 있는 물체의 상은 그 물체까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응시점보다 가까이 있는 물체의 상은 그 물체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물론 거리와 방향 및 속도 간의 이러한 관계들은 규칙적이며, 바로 이 규칙성이 우리의 시각체계가 거리를 지각하는 데 이용되는 단서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우리의 시각체계가 깊이 및 거리 지각에 사용하는 단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방향과 움직임을 지각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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