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지각이란 대상이 관찰자를 중심으로 어느 쪽에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즉, 방향과 거리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는 거리와 깊이를 지각하는데 사용되는 단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물체의 방향이 어떻게 결정되며, 물체의 움직임이 어떻게 파악되는지 그리고 시각의 오류 현상인 착시 현상까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 방향지각
엄지손가락을 정면에 두고 시선을 집중하면 엄지손가락의 상은 두 눈의 중심와에 맺힙니다. 이 때 두 눈은 정면으로부터 안쪽으로 모여있기 때문에 왼쪽 눈의 기준에서 엄지손가락은 약간 오른쪽에 위치한 것이고, 오른쪽 눈의 기준에서는 약간 왼쪽에 위치한 셈입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그 엄지손가락이 정면에 위치한다고 판단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두 눈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합해서 중앙에 위치한 가상의 눈을 중심으로 대상의 방향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상의 눈을 그리스 신화 속 외눈박이 사이클롭스(Cyclops)의 이름을 따서 사이클롭스 눈(Cyclops eye)이라고도 합니다.
위의 예에서 왼쪽 눈은 오른쪽(+)으로, 오른쪽 눈은 왼쪽(-)으로 약간씩 수렴하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눈의 자세 정보를 평균으로 결정되는 사이클롭스 눈의 자세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정면을 향하게 됩니다. 한편, 망막에 맺힌 엄지의 상은 두 눈 모두 중심와에 위치하기 때문에 엄지의 상이 맺힌 망막 위의 지점은 두 눈을 통합해도 그대로 중심와가 됩니다. 결국, 사이클롭스 눈의 자세는 정면을 향하고 있고, 그 눈에 맺힌 엄지의 상은 중심와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선의 방향에 놓인 물체만이 그 상을 중심와에 투사합니다. 그러므로 사이클롭스 눈의 중심와에 그 상을 투사하는 엄지는 사이클롭스 눈의 시선 방향인 정면에 위치한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이러한 정보 분석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시각체계가 물체의 방향을 판단하게 됩니다.
이상의 논의에서 물체의 방향은 두 가지 정보를 통합하여 결정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는 시선의 집중 방향에 관한 안구자세 정보(eye-position information)이며, 다른 하나는 물체의 상이 차지하는 망막 위 위치에 관한 망막 정보(retinal information)입니다. 이 두 가지 정보가 이용되는 방식을 아래 예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정면에 위치한 오른손 엄지에 시선을 집중한 채 그로부터 10cm 왼쪽에 왼손 엄지를 내밀어봅니다. 이 때 사이클롭스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고, 오른손 엄지의 상은 중심와에 맺힙니다. 하지만 쇤손 엄지의 상은 두 눈 모두 중심와로부터 약간 오른쪽에 떨어져 있게 됩니다. 때문에 왼손 엄지의 상이 차지하는 망막 위 지점에 관한 정보를 통합해도 왼손 엄지의 지점은 여전히 중심와로부터 약간 오른쪽이 됩니다. 결국 '중심와에 그 상을 투사하는 물체는 시선의 방향에 위치한다'는 원리와 '사이클롭스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는 안구자세 정보, 그리고 '왼손 엄지는 중심와의 약간 오른쪽에 위치한다'는 망막 정보를 종합해보면, 왼손 엄지의 방향은 정면의 약간 왼쪽이라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2 ) 움직임지각
주변에서는 많은 물체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움직임을 정확하게 지각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정면으로 돌진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지각하고 피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시각체계는 어떻게 이러한 움직임지각을 이루어내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버스를 기다리는 친구를 물체 A, 버스를 물체 B라고 해보겠습니다. 관찰자는 A를 바라보고 있고, B가 A에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찰자의 망막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각해봅니다. 관찰자의 시선이 A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A의 상은 망막의 중심와에 맺혀 있습니다. 물체 B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B의 상은 중심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맺혀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A의 상이 맺혀 있는 중심와 쪽으로 옮겨올 것입니다. 즉, 고정된 물체 A의 상은 망막의 한 지점인 중심와에 고정되어 있지만, 움직이는 물체 B의 상은 망막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이 분석을 통해 망막 위에서 벌어지는 상의 위치 이동은 그 상을 투사한 물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망막에서 상이 움직인다는 신호가 뇌로 전달되면 우리의 시각체계는 그 상을 투사한 물체가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움직임지각은 그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하늘을 날고있는 비행기를 바라보면 우리의 눈도 비행기를 따라 움직입니다. 이 때, 비행기의 상은 중심와에 고정되고 있음에도 우리는 비행기가 움직이는 것으로 지각합니다. 여기서 비행기의 움직임과 함께 변하고 있는 것은 안구의 움직임 뿐입니다. 따라서 시각체계가 움직임을 지각할 때는 안구 움직임에 관한 정보, 즉 안구자세 정보를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방향 지각과 마찬가지로 움직임 지각도 망막에서 벌어지는 상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와 안구의 자세변화에 관한 정보를 통합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망막의 정보와 안구자세 정보의 통합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네온사인의 작은 불들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차례대로 꺼지고 켜지는 것일뿐인데도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일정한 공간 간격을 두고 있는 두 개의 불이 차례로 점멸하면 우리는 하나의 불이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지각합니다. 이런 움직임을 외견상움직임(가현운동, apparent motion)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즐겨보는 영화도 바로 이 현상을 이용한 것입니다. 또 '구름에 달 가듯이' 라는 표현은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구름이지만, 마치 달이 움직이는 것으로 지각되는 현상을 시적으로 묘사한 표현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유도 움직임(induced movement)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이 이루어지는 원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3 ) 착시
착시는 간단히 말하면 시각의 오류입니다. 지금까지는 우리의 시각체계가 가진 능력을 주로 알아보았습니다.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가진 시각체계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지각 처리의 결과가 실제과 일치하지 않을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외견상 움직임과 유도 움직임도 모두 지각현상과 실제가 다른 경우입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통틀어 착시(visual illusions)라고 합니다.
위의 그림 중 첫번째 Muller-Lyer 착시의 경우, 가운데 수평선분의 길이는 왼쪽과 오른쪽이 같은데도 오른쪽 선분이 더 길게 보입니다. Ponzo 착시에서도 가운데 있는 수평 선분의 길이는 실제로 같지만 위의 것이 더 길어 보입니다. Zollner 착시에서는 두 선분이 평행을 이루고 있지만 평행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Tichner 착시에서는 두 그림의 가운데 동그라미의 크기는 같은데도 작은 동그라미로 둘러싸인 왼쪽의 가운데 동그라미가 더 크게 보입니다. 이러한 재미있는 현상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벌어지는지는 아직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의 방향 지각과 움직임 지각, 시차까지 하여 우리의 감각체계와 지각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학습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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